"쓰르라미 울적에"의 제 8편이자 최종장인 마츠리바야시(축제 음악) 편이다.
미나고로시 편에서 거의 모든 걸 다룬 에피소드라고 했지만, 여기 분량도 만만치 않다. 기록하면서 했음을 감안해도 플탐 35.5시간이 찍혔다.
스포 주의
1. 후기
1.1. 다시 정주행하길 잘했다.
괜히 인생작품이라고 스스로 언급했던 게 아니구나, 다시 봐도 마음에 든다.
옛날에는 이런 결말을 보면서, '얘네들이 이 정도로 험하게 굴렀으니까' 약간 어거지로 가더라도 행복한 결말을 바란다는 느낌으로 봤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다시 보면, 좋은 부분은 좋고 별로인 부분은 확실히 별론데, 좋은 부분이 너무 좋아서 좋다.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쓰르라미의 주제인 "모두가 서로를 믿고 힘을 모으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내지는 츠미호로보시부터 나온 "서로의 죄를 용서해주는 이야기"도 좋긴 하지만, 그게 엄청 좋은 부분에 해당하진 않는 것 같다. 용기사의 말대로 실제로는 스스로 해결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도 하고, 남에게 털어놔봤자 약점만 잡힐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런 주제 의식은 일종의 마법이나 동화같은 이야기, 전제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런 별나라 같은 주제를 품은 건 좋다.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그런 동화같은 믿음을 다루는 주제의 작품은 좋다.
다양한 서사를 가진 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쓰르라미의 경우는 그걸 한꺼번에 보여준 게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배치해놓고 각 세계에서 하나씩 사연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이런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5명의 부활 멤버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방과 후에 함께 노는 친구들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누구에겐 무슨 사정이, 다른 누구에겐 또 무슨 사정이 있더라~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좋다.
최근에 본 작품 중에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가 비슷한 것 같다. 장르는 약간 다르지만, 여기도 기본적인 상황으로 3명을 놓은 다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이 추가되고, 왜 A는 B를 좋아하게 되었는가? 거꾸로 B는 왜 A를 좋아하게 되었는가? 그렇게 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어왔나?라는 식으로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가 서서히 밝혀지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얘도 인생 작품으로 꼽고 있다. 개인적으론 흥미의 측면에서는 14권, 길어도 17권이 고점이었던 것 같고 그 뒤로는 서서히 내리막이었지만..
1.2. 좋은 부분과 별로인 부분이 확 갈린다.
좋은 부분이라면 역시 등장인물들의 감정 묘사다. 이리에, 토미타케, 오오이시, 사토시, 타카노 등, 기존엔 집중 조명되지 않거나 조명될 수 없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조각엮기라는 시스템을 통해 보여준다.
미나고로시에서 밝혀지지 않은 것은 진범의 동기였다. 마츠리바야시에선 이를 설명하기 위해 타카노 미요의 이야기로 마츠리바야시의 초반부를 할당한다.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왜 룰 Y에 해당하는 일을 벌일 정도로 내몰린 건지 등, 타카노가 성장하고 무너져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조각엮기 직후 리카는 미나고로시의 기억이 없기 때문에 하뉴의 스포일러에 "타카노가??? 왜?? 나를??" 이라는 반응도 보인다.
성우님들이야 워낙 당시에도 미친 라인업이라는 평가였고, 실제로도 미친 연기들을 보여주셨다. 예전에 플레이했을 때는 동인판이었기 때문에 더빙 없이 글만 읽었다. 더빙으로 듣는 건 애니메이션 이후로는 처음인데, 너무 만족스러웠던 부분.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들은
- 오오이시의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아재를 죽인 진범과 마을을 둘러싼 음모의 전모를 알 수 있는데 퇴직금에 지장이 갈까봐 고민하는 자신을 겁쟁이라며 자책하는 장면.
- 타카노 미요의 성장부터 꺾이는 과정까지. 사실상 마츠리바야시 전부. 쓰르라미 내내 지나가는 수상하고 음침한 캐릭터 1로 나오는 걸 감안하면, 여기서는 분량이 상당히 많음에도 기승전결 각각에 맞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절대의 의지를 불태우며 성장해 나가는 장면, 미요가 토미타케를 필요로 하는 장면, 토미타케를 설득하는 장면, 논문을 밟지 말라며 매달리는 장면들은 특히 더 인상깊었다.
- 이리에의 서사. 전공을 선택한 동기부터 시작해서 사토시 - 시온을 보며 반드시 사토시를 치료하겠다는 다짐까지, 평면적이지만 쭉 이어지는 게 좋다.
조각 엮기를 이용해서 과거의 일을 유저가 직접 볼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게임적인 요소가 거의 없는 쓰르라미를 게임으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가 필요합니다." 라는 문구를 봤을 때 이게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다. 내 경우는 기록하면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조각이 깨질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 어린이 런치 깃발이라는 52번째 조각을 둔 것도, "패자가 없는 세계"라는 쓰르라미의 최종 주제와도 어울려서 좋다.
울컥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34는 특히 왜 이렇게 슬픈 포인트가 많은 거야.. 악역인데.. ㅠㅠㅠㅠㅠㅠㅠ
별로인 부분은 부활 멤버들에게 야마이누가 제압당하는 과정.
너무 팍 식는 부분이 많다. 묘사가 너무 유치하다. 이게 왜 더 부각되냐면,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감정 빌드업을 매우 잘했기 때문에 완전히 반대로 유치한 묘사가 부각된다. 사토코의 트랩으로 가득한 뒷산을 진입하다가 싸그리 제압당하는 야마이누 대원들, 철갑탄 아카사카, 메이드 인 헤븐 이리에, 6명을 잡기 위해 야마이누의 30배 병력은 필요하다는 오코노기, 슬러그 탄으로 밀고 들어온다니까 쫄아버린 봉황 대원들, 미온이 오코노기를 이기는 장면 등등...
억쉴을 한다면 그나마 뒷산 정도? 관리되지 않은 산에 들어가는 무서움은 벌초했을 때 느껴봤다. 사람 키보다 큰 풀들을 헤쳐나가면서 걸어야 하는 상황을 다시 상상해보면 저렇게 낚이는 게 이상하진 않을지도? ..근데 야마이누는 특수부대원이잖아..?
1.3. 례는 언제?
구매는 해뒀는데, 언제 플레이할진 모르겠다. 마츠리바야시도 솔직히 좀 과하게 집중적으로 달린 감이 있어서 좀 퍼졌다.
언젠간 하지 않을까. 라이브러리에 있다면...
례의 사이고로시까지 해야 "다시" 정주행하기가 끝이 나겠지만, 일단 본편은 다 했다!
2. 정리한 구글 스프레드 시트
와타나가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오니카쿠시의 내용이 다소 허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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