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동인판으로 모든 에피소드를 플레이했고, 업졸도 본 상태에서 스팀판으로 다시 정주행하며 남기는 후기글입니다.
재작년에 (다시) 정주행했을 때 미나고로시의 7챕터에서 멈췄었다.
어떤 이유로 멈춘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플레이해보니 그 때 왜 멈췄나 싶기는 하다.
갈수록 플탐이 길어진다. 이전에 플레이했던 시간도 있겠지만... 40시간이 찍혀 있다. 어떤 날 무슨 일이 정리하면서 플레이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길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냥 분량이 많아지는 것 같다.
스포 주의
1. 거의 모든 것이 밝혀지는 에피소드
소개된 모든 내용이 사실은 아니다. 대충 내용을 보면서 정리해둔다.
인트로부터 조각 세계라는 개념이 나오고, 룰 X, Y, Z가 소개된다. 그리고 리카의 곁에 붙어 있는 하뉴라는 존재도 등장한다.
조각 세계는 요즘 용어로 치면 평행 세계 같은 개념이지만, 조금 다르다. 이전 세계의 기억이 다음 세계에 알게 모르게 누적되는 느낌이 있다. 츠미호로보시에서 케이이치가 그랬고, 미나고로시에서는 케이이치, 레나, 시온이 그런 느낌이나 꿈을 꾼 적이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그래서 쓰르라미 울 적에는 루프물의 성격을 띄면서도 사실 단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룰 X : 어떤 인물이 의심해 사로잡혀 범행을 일으킨다.
룰 Y : 특정 사건은 고정되어 일어난다. 토미타케와 타카노 및 리카의 사망.
룰 Z : 모든 사건은 소노자키가가 배후에 있다는 마을 전체에 만연한 생각. 오오이시와 타카노의 얘기를 들으면 폭발한다.
고정된 사건은 강한 의지가 개입하기 때문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반대로 세계마다 다르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그 개별의 사건이 특별히 중요한 사건은 아니라고도 한다. 즉 이전의 에피소드들에서 누군가 미쳐서 일으키는 사건 자체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중요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뉴는 작품 내내 등장하는 오야시로님이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다가 리카가 태어나면서 드디어 소통할 대상을 찾은 존재이다. 단, 어떤 사람들은 가끔 하뉴의 형체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리카가 루프를 탈 수 있는 건 하뉴의 힘 덕분이다. 하지만 루프가 진행될수록 그 세계에 머무는 기간이 짧아진다. 미나고로시 시점에선 2주밖에 되돌리지 못한다.
히나미자와에는 히나미자와 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어떤 의사가 일본이 전쟁하던 시절에 발견했다.
가장 큰 특징은 발병시의 극단적인 피해망상, 반사회적 행위, 임파선의 이상에 의한 자해 행위다.
발병하지 않기 위한 규칙을 마을의 옛 사람들이 이해한 듯 한데, 다른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것과 히나미자와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들은 마을의 금기로 남았으며, 잔혹한 의식은 이 금기를 지키게 하려는 억지력이라는 언급도 나온다.
호죠 사토코는 히나미자와 증후군 말기인 L5로 발병한 적이 있다. 여기선 구체적인 시기가 언급되지는 않는다. 현재 시점에서는 L3 마이너스 레벨이라고 하며, 하루에 2~3번 주사를 맞아야 한다. 불치병이다. 본인은 치료제를 맞는 게 아니라 이리에 연구를 도와주고 용돈을 받는 걸로 알고 있다.
도쿄라는 집단이 언급된다. 쉽게 말하면 극우 강성 비밀결사로, 제국 시절의 일본으로 돌아가자는 정재계의 중진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위한 흐름으로 핵 이외의 대량 파괴 병기를 연구했고, 여기서 히나미자와 증후군이 주목받았다.
여기서 연구자로 보내진 게 이리에였고, 이리에는 실제로 치료약, 예방약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이 연구를 위해 설립된 게 이리에 기관이다.
그리고 도쿄에서 감시역으로 보낸 게 타카노였다. 타카노의 최대 임무는 히나미자와 증후군이라는 질병의 은폐였는데, 이를 위해 야마이누라는 기밀 유지 전문의 특수부대가 타카노 휘하에 있다. 룰 Z가 있기 때문에 히나미자와는 야마이누가 활동하기 좋은 곳이었다. 특히 댐 전쟁에서도 활약했는데, 장관 손자 유괴 사건도 야마이누가 한 일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이렇게 보니까 히마츠부시에서 묘사된 초반 납치 장면이 이해가 간다.)
토미타케는 본명이 아니다. 1년에 4번, 도쿄에서 파견되는 정기 시찰 연락원이다. 도쿄의 요구를 설명하고, 이리에의 요구와 예산, 타카노의 감시 보고를 올렸다.
이리에의 연구는 1년차 토막 살인 사건의 범인의 생체를 얻은 시점부터 히나미자와 증후군을 극적으로 해명, 5년 동안 치료제, 예방약, 치료법 확립 등의 성과를 올렸다. 군사적인 연구도 있었는데, 사체에서 병원체 검출이 불가능했다라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에서 세대 교체가 일어나며 전쟁보단 경제, 외교, 교육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다. 히나미자와 증후군을 지원하는 원로가 사망하자 바로 지원 중단이 선언된다. 이리에는 반발, 토미타케를 통해 즉각 중지 -> 단계적 중지로 바꾸는 데 성공하는 대신 군사적 연구 성과는 파기하게 된다. 쇼와 61년까지 완전 치료 계획을 제안했다. 도쿄 입장에서도 완전 치료는 히나미자와 증후군이라는 병이나 연구 자체를 숨기기에 좋았기 때문에 승인한다.
후루데 리카는 여왕 감염자다. 히나미자와 증후군의 병원체는 개미 같은 습성을 가졌다. 리카가 마을에서 사랑받는 건 리카의 매력 때문이 아니라 리카가 무의식적으로 본인을 지키게끔 유도하는 페로몬을 뿜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왕 감염자는 후루데 가문의 가장 마지막 자손이 저절로 이어받는 것으로 보인다. 여왕 감염자는 마을을 떠날 수 없고, 다른 감염자들은 여왕 감염자를 떠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가설이 있다.
여왕 감염자가 사망하면 늦어도 48시간 내에 모든 감염자(주민 전체)가 말기 증상을 일으킬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히나미자와 외에도 미친 마을 사람들이 주변으로 뻗어나가며 난폭한 짓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리에 기관에는 긴급매뉴얼 34호가 있는데, 그 내용은 L2 이상의 잠재 환자 전원 처분, 기관 시설의 완전 증거 인멸, 본 매뉴얼 적용 사실 은폐다. 이 긴급매뉴얼이 발동한 결과가 히나미자와 대재해다.
미나고로시에서 언급되지 않는 내용이지만, 긴급매뉴얼 34호를 발동해야 하는 근거는 저 추정이었으나, 와타나가시나 메아카시를 보면 저 추정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리카의 사망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틀 이상 지났음에도, 룰 X에 의한 참상 외에는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시온이 나중에 케이이치를 찌르러 가는 날은 이틀보다 더 나중이지만, 모두가 L5 발병을 일으키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미나고로시에서 정말로 나오지 않은 이야기는 진범의 동기 정도이다. 여기서도 진범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 사람이 왜?????"라는 반응이 나온다.
2. 후기
1. 미나고로시는 리카의 성장기다.
사토코도 그렇지만... 사토코는 약간 이야기의 장치 같은 느낌에 가깝긴 했다.
결국 이 이야기에서 리카가 깨달은 건, "자신이 적극적으로 부딪치지 않았기 때문에 + 모두에게 이야기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100년 간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것이다.
초반부를 보면 적극적으로 부딪치지 않는 리카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오키노미야 완구점의 에피소드에서, 또 똑같은 이야기로 흘러가자 리카가 '이것도 운명인가..'하며 견디지 못할 지루함에 한탄하고, 그걸 케이이치가 듣고는 어떤 게임을 할 지 바꿔버리는 모습에 운명을 쉽게 부순다며 감탄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매우 답답했다. 당장 직전 세계인 츠미호로보시부터 "운명에 맞서 싸우겠다"라고 했던 리카인데, 여기선 고작 게임 하나 바꾸자는 얘기를 한다는 생각은 못 하고 그냥 운명 타령하면서 한탄하는 게 거북했다. 그런데 미나고로시 전체의 전개를 보면, 이 장면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실은 소극적인 리카의 모습을 잘 보여준 장면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리카는 "본인은 소극적임 -> 다른 누군가가 운?명을 깨거나 깨려는 모습을 보여줌 -> 거기에 자극 받아 본인도 합류함 -> 다시 어떤 시련/고난이 찾아와 좌절함 -> ..." 을 반복한다. 그러다가 사토코를 구하는 시점부터는 적극적으로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 성장은 결국 부활 멤버들에게 자신의 모든 비밀을 털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2. 하뉴의 심리도 이해는 갔다.
전체적으로 리카에게 기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계속 보여준다. 하뉴는 리카와 가능한 오래 함께 있고 싶기 때문에 괜히 기대했다가 마음이 더 빨리 꺾일까봐 리카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죽는 날 전에는 이렇게 좋았던 세계가 곧 끝나는 걸 안타까워하는 리카에게 "우린 특별한 존재다. 즐거운 파티는 언젠가 끝나겠지만, 이번 파티가 끝나는 걸 슬퍼할 필요는 없다. 파티는 또 찾아온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리카가 이번 세계가 끝나면 다 포기하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설득을 시도한 것인데, 하뉴가 리카의 마음을 잘 헤아렸나? 싶은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그 다음 즐거운 파티가 언제 올지 모르고, 리카는 그 파티 사이의 공백에서 죽을 것 같은 지루함을 견뎌내야 하니까 말이다. 이건 삶을 즐기게 된 리카이더라도 버텨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른 작품의 얘기지만 단간론파의 에노시마 쥰코가 느낀 게 이런 건가 싶었음.
어쨌든 하뉴도 사실은 "긴 시간 동안 기대와 좌절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결국 어떤 것에도 기대하지 않고 싶은" 캐릭터였지만, 실제로는 리카의 죽음을 매우 슬퍼하는 장면에서 보이듯이 사실은 스스로도 기대하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레나의 "너도 믿었어야지 喝!"을 맞는다. 하뉴의 항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데 믿는다고 기적이 일어난답니까?"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어쨌든 다음 세계는 함께 하기로 하는 전개로 이어진다.
3. Z룰에 대한 이야기.
사토코를 구하는 에피소드 자체는 생각보다 말할 게 없다. 모두가 힘을 합치니까 마을회도 뚫고 소노자키가도 뚫고 아동상담소의 존버도 뚫어냈다는 이야기라서. 아동상담소랑 얘기하는 장면 자체도 계속 평행선인데다 리카가 사토코한테 일갈하기 전까지는 전체적으로 고구마 전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토코의 "날 구해줘!!" 장면은 사이다였다.
마을회를 뚫는 장면은 초반엔 거칠게 까다가, 중반부터 갑자기 노인들에 대한 리스펙과 쌰라웃을 외치는 채찍과 당근이 인상깊다.
모든 이야기의 도화선이 케황이라서, 이 사람 없었으면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풀렸을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소노자키가, 특히 오료에 대해서는 좀 오묘한 느낌이다. 미나고로시에서는 "사실은 용서해주고 싶지만 다른 사람 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봐 못 하고 있던" 생각보다 착한 녀석이라는 느낌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마을 단위의 이지메를 주도한 세력이기도 하다. 말도 "앞으로는 호죠가에 손대지 마라"라고 해서 상황을 더 이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타타리고로시 초반의 마미야 리나에 대한 참살이라든가, 메아카시의 시온 손톱을 뽑는 장면을 보면 야쿠자 세력을 거닌 가문치고 세탁이 과하게 됐다는 느낌도 있다.
메아카시 얘기를 하니까 시온이 그 정도의 일을 당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백번 양보해서 시온의 손톱을 뽑는 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명령을 어기거나 대들었기 때문에 기강 잡기라고 쳐도, 아마도 사적으로 항의했을 미온의 손톱은 왜 뽑혀야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오료-미온의 관계는 생각보다 멀 수도 있다. 오료가 화내는 연기를 하는 장면을 레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고 눈치채지만 미온은 저게 화나지 않은 걸로 보이냐며 당황하는 장면이 있었다.
4. 미나고로시의 사건을 시간 흐름대로 정리했을 때, 이상한 지점들이 있었다.
- 텟페이가 돌아온 날짜
학교에서 쾅쾅하고 노는 날에 사토코가 사라지는데, 이 직후부턴 날짜가 넘어가는 게 모두 연속적이다. 최종적으로 사토코가 구해지는 날이 토요일이다. 금요일은 오료를 설득, 목요일은 마을회를 설득 및 50명이 상담소에 집합, 수요일은 반 전원인 27명이 상담소에 집합, 화요일은 부활 멤버 5명이 상담소에 항의, 월요일은 텟페이가 돌아온 소식이 알려지고 멤버들 폭주 및 아동상담소에의 전화부터 시작. 텟페이가 돌아온 당일에는 리카가 아카사카, 타카노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도 있다.
보통 텟페이가 돌아왔다는 소식에는 리카가 즉각 반응했을 것이기 때문에, 텟페이가 돌아온 날짜는 일요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날은 학교에서 쾅쾅하고 노는 장면도 같이 나와서, 날짜가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쾅쾅 거리면서 노는 날짜와 텟페이가 돌아온 날이 다르다고 하면 말이 되겠다. 실제로 그 직전의 이야기들과 날짜 갭이 있기도 하고.
그런데 여태까지 에피소드들에서 날이 지나면 확실히 언급이나 연출이 나왔기 때문에 플레이하면서는 조금 의아했던 장면이었다.
- 와타나가시 당일
1) 시온은 축제가 열리는 신사가 아닌, 다른 장소인 약속 장소에서 합류했다. 대사도 나온다. 그런데 노점상들이 있는 장면에서 늦어서 죄송하다, 이제 전원 다 모였다고 한다.
2) 아카사카에 대한 부활 멤버들의 반응. 이전에 츠바메가에시를 연습할 때 아카사카와 리카가 조우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최소한 미온, 사토코, 레나는 아카사카를 조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대사들을 하나씩 했다. (아는 사이냐, 부인과 러브러브 멋질까나, 리카는 종종 예언같은 말을 한다) 그런데 와타나가시 당일에 아카사카를 다시 마주쳤을 때, 아카사카를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인다. 기억이 안 났다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사실 츠미호로보시에서 레나가 말한 외계인에 의한 대역은 실제로 있는게 아닐까? 는 드립이고, 아마 여러 작품을 합치는 과정에서 스크립트가 꼬인 게 아닌가라는 생각인데, 그런 것 치고는 모든 대사에 더빙이 되어 있어서 또 애매한 것 같다. 눈에 띄는 미스여서 아쉬움.
5. 기타 잡썰
- 설명충 미온이 기나긴 장문으로 묘사했던 츠바메가에시
- 콘솔판 스탠딩 스프라이트는 좋아하지만 컷씬은 이상한 게 많아서 별로다. 근데 이 장면은 BGM도 you였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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