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bby/Anime

이것저것 많이 보고 추가하는 감상평(1)

Waltwaez 2025. 4. 25. 18:34

 

라프텔을 다시 구독하게 된 것도 있고, 이것저것 많이 봐서 남기는 감상평이다.

별점 기준은 2.5부터는 재밌게 본 작품이고, 1회차의 만점은 4.0이다.

2회차 이상 본 작품은 4.5이고, 인생작은 5.0.

 

 

1. 작품 목록

  • 메달리스트(애니메이션)
  • 메달리스트(만화책)
  • 던전밥(만화책)
  • 호리미야
  • 문라이즈
  • 유루캠 극장판
  • 리제로 3기
  •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Unlimited Blade Works]

 

원본 글의 작품 이미지는 webp 파일인데 여기에는 못 넣는 듯.

 

2. 메달리스트(애니메이션)(3.5)

원작이 워낙 힘이 넘치는 작품이라서, 애니메이션이 그 정도의 박력을 따라가지는 못한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원작의 무거움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을 줄인 채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으로서, 원작에서 구현할 수 없는 요소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 피겨 스케이팅의 동작을 2D와 3D를 섞어서 구현했는데, 구분되지 않는 지점이 종종 있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왔다.

 

마지막 화만큼은 원작 초월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노리의 프리 스케이팅 자체가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 중 스스로가 싫었던 과거와의 작별에 관한 회상씬은 원작에서는 한 페이지 정도만 할당됐는데, 그걸 더 구체적으로 잘 보여줬다.

 

아쉬운 점이라면 작화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있다는 것(정확히 뭐라 표현할 수가 없음)과, 구성이 살짝 바뀐 것 정도?

예를 들면 초반에 츠카사가 히토미에게 자신이 실력이 없고 전일본에 나간 것도 네 덕분이라며 자책하니까, 히토미가 뭐라 말하려는 순간 이노리네가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츠카사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면, 히토미가 츠카사를 생각하는 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좋은 장면이었는데 이게 잘린 건 좀 많이 아쉬웠음.

 

3. 메달리스트(만화책)(읽는 중)

단점이 거의 없는 작품 같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 1.

 

리디북스에 1권 무료 감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전권을 소장하게 되었다.

 

일단 1권이 굉장히 임팩트 있다. 어떤 일을 늦게 시작한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같다는 느낌? 이 주제를 4권 정도에서 끝내서 아쉬운 감은 있지만, 나도 뭔가를 늦게 시작하는 입장에서 저런 장면들이 더 크게 다가온 느낌은 있다. '남은 인생 중에 오늘이 가장 젊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어도,업계에서 보는 시선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기는 하니까.

 

좋은 대사도 많다. 대충 생각나는 것만 적어도

"난 지금의 내가 싫다. 남들보다 잘하는 뭔가를 갖고 싶다.", "자학하면 마음이 편한 건 알지만, 모두가 노리는 금메달의 가치를 깎아내리면 안된다.", "너는 남들이 바라는 모습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등등.

 

작가님이 그림을 매우 잘 그린다. 귀여운 장면은 귀엽게, 박력있는 장면은 박력있게, 표정 묘사도 너무 좋다. 내가 왓챠에 기록해둔 코멘트들을 보면 무슨 한 권 읽고 그림 잘 그린다는 코멘트의 반복이다. 박력 있는 장면은 히카루의 노비스 대회 장면이나 이루카가 기억나고, 표정 묘사는 위에서 말한 츠카사의 대사를 들은 직후의 이노리의 표정 등이 딱 기억난다.

 

경쟁자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그려지는 게 인상적이다. 10대 초반인 선수들이 빙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넘어졌을 때 어떻게 만회할 생각을 하고, 코피를 흘리면서도 표정을 관리하고 끝까지 타는 모습도 나오는 등. 이노리가 넘은, 작품 비중에서는 엑스트라에 가까운 선수들을 결코 가볍게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깊었다. 이노리가 그들을 재낀 뒤, '저 사람은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다'라는, 누군가는 느꼈을 재능의 격차도 놓치지 않고 비춰준다.

 

뒤로 갈수록 스포츠 만화 특유의, 인물을 어떤 틀에 넣어서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느낌이 드는 게 그나마 아쉬운 점 같다.

4. 던전밥(만화책)(3.5)

마물에 대한 에피소드까지는 몰입도 높고 재밌게 봤는데 본격적으로 시슬이나 날개 사자의 에피소드로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스케일이 커지면서 뭔가 좀 산만해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칠책이나 센시의 비중이 낮아지는 것도 이 타이밍인데, 칠책의 경우는 '이 캐릭터 잘 만들었다!'라고 느끼기 시작한 타이밍에 갑자기 비중이 낮아져서 아쉬웠음.

 

전체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라는 측면으로 보면 꾸준히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하는 것 같다. 욕망과 유한. 꾸준히 재밌고 묘사도 자세해서 디테일하게 보는 맛도 있다.

 

날개 사자가 왜, 어떻게 2등분으로 나뉘었는지 잘 모르겠다. 시슬이 그렇게 한 건가? 찾아봤는데 보이는 게 없었음.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 <- 다시 보니까 밖에 두면 계속 소원을 들어주니까 감당이 안 된다는 묘사가 나온다. 시슬이 직접 봉인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악마의 과거 얘기에서 온갖 생물이 '먹고 싶다'를 외치고 다닐 때, 식욕을 깨닫는 연출을 말풍선을 먹는 걸로 했더라. 애니화되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셰이프시프터, 체인질링, 서큐버스가 임팩트있었고, 미궁 토끼는 재밌으면서도 진지한 면모가 있어서 기억난다.

 

원작이 묘사가 조금 더 자세하고, 부록에서 마물들을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볼만하다. 애니만으로는 알 수 없는 요소들이 있어서 세계관을 보기 좋음.

 

5. 호리미야(~7화, 2.0)

끝까지 봤다면 그래도 2.5는 줬을 것 같은데, 끊기는 느낌이 치명적이다.

 

5화까지는 전개가 빠르다는 느낌이라면, 6화부터는 뚝뚝 끊기는 느낌이다. 뭐가 좀 많이 잘린 느낌? 두 주인공에게 집중을 하든 주위 인물들을 보여주는 것이든 둘 중 하나는 좀 분량이 많이 할애됐으면 좋겠는데, 이도저도 아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에 대한 빌드업이 잘 된 것 같지도 않다. 둘의 관계가 진전되는 것도 계단식이라서 진도 빼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갑작스러운 느낌이 더 강했다.

주인공 각각을 봐도 걸리는 점들이 있었는데, 호리는 전체적으로 잘 뽑힌 캐릭터였지만 아빠 이름을 그냥 다이렉트로 부르는 게 한국인 입장에서 어떤 느낌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미야무라는 처음엔 다정하다는 느낌이었는데, 갈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이 더 든다.

우선, 소타라는 명분이 있지만 같은 반 여자애의 집에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도 '저러면 본인이 부담스럽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호리 씨가 날 좋아할 리가 없다'라는 묘사가 안 나왔으면 둔감하다거나 흑심을 품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넘길 수도 있는 것 같은데..

곤란한 상황이긴 했지만 엄연히 사귀는 사람이 있는데도 옆집 여자애를 자기 집에 들인 것도 그렇고, 홋카이도에 다녀오는 에피소드도 연락이 안됐다는 것 자체가 이상해보였다. 5일은 좀 많이 긴 듯.

 

호칭이 이야기 내내 중요한 포인트로 나오기 때문에, 일본어의 호칭 문화에 대해서 어떤 느낌이구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요소인데, 이후에 작품들을 볼 때는 등장인물 간의 거리감을 나타낼 때 중요하게 쓴다는 걸 알게 됐음.

 

폴더폰이 나올 때마다 신기하다. 고딩까지는 나도 폴더폰을 썼지만.

6. 문라이즈(3.0)

작화, 디자인, 음악이 훌륭하기 때문에 아트만 고려해도 기본적으로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임을 감안해도, 초중반의 각본이 아쉽다. 후반이 생각보다 재밌었어서 초중반에 더 빌드업이 잘 됐다면 훨씬 인상깊은 작품이 됐을 것 같다.

 

몇 가지 걸리는 걸 짚어보면..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팀과 공유하지 않는 잭. 그러면서도 동료를 위한다는 말은 해서, 동료에 우선순위가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에릭이 죽는 장면은 바로 파악하지 못했다. 찾으러 나갔다가 폭발에 휩쓸렸는데, 처음에는 왜 무덤 장면이 나오나 해서 돌려봤다.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뭐가 살짝 끊기는 느낌이 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세계관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트가 좋으니까.

결말도 사실 잘 나왔다는 느낌이 아니긴 하다. 마지막 전투나 진실을 보면 '굳이 지구로 돌아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필이 사피엔티아에 자살 테러를 감행한 건 이해가 가도, 잭이 달을 이끌 사람인가는 또 애매한 느낌이다.

 

마리가 되게 중요한 캐릭터인데, 성우가 아니라 가수를 쓴 것도 특이했던 점이다. 처음에는 일본인이 아닌가라고도 생각했고, 마리 파트만 안 좋은 의미로 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점점 뇌이징이 되어서 나중엔 적응되었다.

 

오프닝, 엔딩 둘 다 좋다. 오프닝은 무슨 미드나 영화 오프닝처럼 만들었고, 엔딩도 What do you pray for? 하면서 훅 들어온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일부 설정은 다른 작품이 생각났다. 대충 떠올랐던 것만 괭갈의 배틀러, 에반게리온의 제레 및 오렌지 주스, 강연의 윈리 록벨 및 킹 브래드레이, 킹오파의 제닛츠,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or 리코리코의 마지마(성우도 똑같다) 등등.

 

망토가 멋있음.

 

7. 극장판 유루캠(3.0)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고 힐링할 수 있던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약간의 진지함과 쓸쓸함, 갈등 상황이 생겼다. 색깔이 조금 다르지만 깔끔하게 풀어낸 편.

 

이게 되나? 싶은 장면은 있었다. 본업을 병행하면서 캠핑장을 만드는 장면은 대부분이 육체 노동일 걸 생각하면 체력적으로 너무 고될 것 같았음. 치아키의 나중 기획도 굉장히 시원하게 통과된 느낌이었다. 근데 이런 현실성이나 작위성이 크게 중요한 작품은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유루캠에서 지적할 내용은 아닌 듯. 후자는 '어른이 되어도 주위의 도움은 필요하다'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고,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들을 밀어주는 모습도 훈훈하게 봤던 요소였다.

 

시작할 때 솔방울이 하나 나오는데, 얘가 곤니찌와를 안 한 건 좀 섭섭했다. 다행히 뒤에선 계속 했다.

 

유물이 나와서 공사가 올스톱되는 장면이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ㅋㅋ

 

8. 리제로 3기(2.0)

갈수록 평가가 내려가는 작품. 보고 나서 재밌었다라는 생각이 들면 기본 2.5를 주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작화가 괜찮다. 크게 거슬리는 지점이 없고, 가필의 전투 씬은 혼자 이질적이지만 좋은 느낌으로 눈에 띈다.

 

선혈이 낭자한데 대사는 유치하다. 머리가 박살나고 사선으로 몸이 잘려서 죽고 다리 앞 부분이 날아가서 뼈가 보이는 장면이 나왔는데, 다른 쪽에서는 행복한 결혼에 대해 설파하거나, 미친 놈들과 굳이 대화를 시도하거나,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서 멘탈에 충격이 간다든가 하는 장면들. 이런 이질감이 매력적인 작품들이 있긴 한데, 여기서는 아니었다.

 

에밀리아가 지나치게 과감하다. 알을 통해 스바루에게 말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전언이 도달했다는 확신도 없는데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튼 스바루가 올 거임'하고 자기 감정과 신념으로만 밀어붙이는 전개가 이상하게 보였다. 한치 앞이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자신을 구하러 올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으면 보통 시간을 벌려고 하지 폭탄을 쑤시지는 않을 것 같다. 에밀리아의 언행이 유독 튀는 면이 많이 보였는데, 주인공 보정으로 그냥 다 뚫는 느낌이라 영..

 

피아에 상관없이 당할 때 너무 바보같이 당하는 느낌이다. 색욕한테 쳐들어갔을 때의 주인공이나 레굴루스 전이 그랬다. 후자는 방심 캐릭터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대죄주교들이 다 나왔고 성우들의 광기 열연이 인상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죄주교라는 타이틀의 위상이 내려갔다. 압도적인 상대를 만나지 않았음에도 싸움이 성립되는 경우가 좀 많이 보였고, 미친 놈들이 4팀이나 나오니까 광기가 희석되거나 피로해지는 면도 있었다. 작품에서 보여준 포스만 치면 오히려 페텔기우스의 위상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릴리아나라는 캐릭터는 매력 있고 성우도 보컬을 신경 써서 캐스팅한 느낌이지만.. 노래만으로 구성된 장면은 흐름을 끊는 경우가 더 잦다. 나중에는 스킵하면서 보게 됨.

9.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4.0)


확실히 RTTT를 넘었다는 느낌. 극장판이라 작화는 더 좋아졌고, 이야기도 뚜렷하고 확실해서 좋았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 2.

 

초반에 호들갑떠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려고 했는데, 작화와 연출이 개연성을 부여해줬다.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우마무스메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비슷한 결을 따르는 것 같은데, 좌절의 종류가 다르다.

정글 포켓은 아그네스 타키온과의 전적에서 전패했고 다시 못 붙기 때문에 자기가 암만 잘해도 그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환상에 시달리며, 아그네스 타키온도 부상 때문에 뛰고 싶어도 약간 체념한 상태인데, 둘 다 못 본 케이스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걸 극복하는 이야기의 구성이 좋은데 연출까지 더해지니까 임팩트가 크다. 정글 포켓은 '자신이 약하다,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부수고 무섭더라도 계속 나아가겠다는 걸로 보여줬고, 아그네스 타키온은 그런 정글 포켓을 보면서 '남들이 경지에 다다르면 그걸로 됐다'라는 일종의 체념적인 생각을 버리고 '역시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게 이 시리즈에서 없던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깨달음이나 발전이 다른 누군가의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참신하고 좋았다.

 

여러 말의 이야기를 엮거나 현실 요소를 적절히 각색해서 넣는 것도 여전히 좋다. 이건 꺼무위키를 찾아보니,

  • 후지 키세키와 정글 포켓의 마주, 조교사, 기수가 완전히 동일했다.
  • 정글 포켓이 경주 후에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01년 일본 더비에서 위닝 런을 마친 원본 말이 갑자기 울부짖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승리의 포효라기보다는 주위 말들이 다 사라져서 당황해서 울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각색한 게 재밌음.
  • 후지 키세키와 아그네스 타키온은 둘 다 어릴 때에 연속 1위를 이어나가다가 병이 발견되어서 그대로 은퇴한 케이스인 것도 공통점이다.

 

초반에 나오는 00년 아리마 기념도 티엠 오페라 오의 최종보스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는데, 마지막 경주에서도 정글 포켓이 치고 올라오니까 브라바!를 외치는 장면이 있다. 대사 면면을 보면 라이벌들을 리스펙하는 느낌이 듦. 정확히는 라이벌들이 잘해야 내 패도가 더 빛나지 않겠냐는 느낌인 것 같지만, 잘못하면 거만해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이렇게 다룰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간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후지 키세키였다. 작품의 시작이자 주인공의 동경 대상이고, 자책하는 장면도 있고, 주인공(들)이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자신도 나아가기로 하며 마지막에 트레이너를 보며 웃는 것까지 잘 뽑혔다.

 

실제 경마 역사로는 RTTT(1999)의 2년 정도 뒤 얘기인데, 그래서 그런지 RTTT에 나왔던 캐릭터들도 여전히 뛰고 있어서 후속작 같은 느낌도 있다.

 

후지 키세키나 아그네스 타키온이 다시 뛰기로 마음 먹는 장면들을 보면 사일런스 스즈카나 라이스 샤워도 생각난다.

 

위닝라이브는 보지 않지만, 게임이나 애니에서 들이는 정성을 보면 이 사람들이 진심이구나 느껴지는 건 있다.

 

아쉬운 점들이라면

  • 주인공이 4명이랬는데 실제로는 정글 포켓이랑 아그네스 타키온이 투톱이다. 맨하탄 카페나 단츠 플레임은 조연에 가까운 비중이고, 오히려 후지 키세키가 훨씬 중요하게 나온다.
  • 모두가 돌아가면서 외치는 연출이 시리즈에 여러 번 나온 것 같은데 경주에 참가한 캐릭터들의 이기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거겠지만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메달리스트 노비스 예선 편이 괜찮은 비교 대상이 될 것 같음.

10.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Unlimited Blade Works] (3.0)


  •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미래를 앎에도 이를 인정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테마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선택을 얼마나 긍정할 수 있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중딩 때의 감상은 가장 액션 활극스럽고 밝은 분위기여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 같다라는 인상이었는데, 이번 감상은 꽤 의외이기는 하다.
  •  
  • 이야기 구성은 하나의 테마로 쭉 진행된다. 복선도 아는 사람은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17년 만에 봐도 기억이 나는 부분이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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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션 작화가 훌륭하다. 아래에 이런저런 말을 적었지만, 액션 작화만으로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다. 캐릭터 얼굴 묘사에서는 아쉬운 부분들이 좀 보이지만 크게 거슬리는 요소는 아니다. 11년 전 작품이기도 하고, 유포테이블의 역사라고 보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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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보면 에미야 시로가 추구하는 이상이 여전히 자기 파괴적이라는 측면에서 좀 씁쓸한 느낌이다. 옆에 토오사카가 있다고는 해도, 이야기 전체적으로 보면 주인공은 그 과정에 있을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지 자기 고집을 꺾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인공의 '모두를 구하고 싶다'라는 이상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인데, 이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 모두를 구하고 싶다는 강박으로 감정이 앞서나가서 섣불리 행동하기 때문에 저 이상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장면들이 있다. 초반에 류도사로 납치당한 다음의 장면들이나 캐스터가 후지무라를 인질로 삼은 장면이 대표적. 전자는 악역한테 나쁜 짓을 하지 말라는 의미 없는 말에 가까웠고, 후자는 자칫하면 후지무라가 죽기 때문에 본인의 행동이 자기 이상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는 시로가 무능한 타이밍이기도 해서 그런 점이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 아처-시로의 갈등이 초심 내지는 '하지만 아름다웠죠?'로 해소되는 느낌도 조금 별로이기는 했다. 본인이 아름답게 생각해서 받아들인 것이니 마냥 타인의 이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데, 앞에서 생각했던 내용들이 잘 다뤄졌다면 더 납득이 됐을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
  • '정의의 사자'나 '모두를 구하고 싶다' 모두 너무 포괄적인 얘기라서 뜬구름 잡는 얘기만 오간다고 느낄 여지도 있다. 1번과도 이어지는 내용인데, 모두를 '어떻게' 구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본인 목숨이 위험한 상황일 때, 달려들어 눈앞의 한 명을 구할지 아니면 목숨을 부지해서 나중에 더 많은 사람을 구할지' 같은 아이러니가 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의문도 생겼다.
  • 엔딩 크레딧 이후에 나오는 아처의 멘트가 인상깊었다. 후회는 하지만 잘못된 인생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가장 큰 키워드는 자기가 했던 / 할 일과 그로 인한 여파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 적들이 주인공 세력을 봐주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든다. 주인공들에게 불리한 타이밍에 딱 물러나준다고 느낀 게 여러 번 있는데, 살벌하게 성배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느낌이 아니여서 아쉬운 부분.
  • 여전히 고유명사가 나오면 쉽지 않다. 포괄적인 개념까지는 대충 이해해도 자세하게 들어가면 뭔 소린가 싶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대 상 혁. 원작이 2005년이니까 이런 것도 재밌는 요소인데, 지금 시대에 똑같은 대사를 썼으면 Faker란 용어가 너무 고유명사가 되어서 함부로 못 쓸 것 같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