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방은 레인보우 식스 콜라보 이벤트, 이전 콜라보 이벤트, 협약 등이 있었다.
요즘은 그렇게 빡세게 플레이하고 있지 않아서, 웬만하면 하루에 2번씩 켜서 스킬북만 캐고 끄고 있었는데
중섭에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대했던, 그 이벤트가 마침내 왔다.
1. 들어가기 전
명일방주는 특히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이벤트 스토리에서 세계관에 관한 떡밥을 푸는 면이 강하다.
예를 들면 메인 스토리만 보면
1부는 우르수스(체르노보그), 용문 정도만 나오고
2부는 빅토리아 정도만 나오지만,
이벤트 스토리에서 나온 국가나 도시만 따져도
라테라노, 사르곤, 카즈델, 컬럼비아 (및 라인 랩), 카시미어, 이베리아, 염국, 사미, 라이타니엔 등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국가들이 나온다.
명방 스토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넓은 세계관을 가졌음에도 오리지늄과 광석병이라는 소재가 대부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이다.
같은 소재가 계속 반복해서 나옴에도 배경이 바뀌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가 비슷한 느낌이 나지도 않고(공통적으로 핍박받지만)
저 두 소재를 크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해사 관련 이벤트도 그것만의 개성이 강한 편이라 좋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 때에 명방의 이야기가 특히 크게 와닿더라.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다.
거의 대부분의 중국 게임이 갖는 요소인 딱딱한 문체,
검수와 일관성 등등 늘 이야기가 나오지만 거의 개선이 되지 않는 듯한 번역,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고유명사의 남발과 설명 부족 등등.
특히 염국 이야기는 거의 항상 노잼이었다.
실제로 나도 명일방주 런칭 초기에 잠깐 즐겼을 때
위의 단점들로 인해, 스토리에서 캐릭터들이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2차 정예화에 드는 막대한 재화 때문에 성장이 막히기도 했다.
그래서 화람지심(파란 불꽃의 마음) 이벤트 즈음에 접었다가
약 2년 뒤의 이벤트 니어 라이트에서 스토리를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 그대로 복귀한 케이스이다.
위의 단점을 극복하고, 무겁고 생각해볼만한 이야기가 취향에 맞는다면
현실적인 갈등
오리지늄으로 인한 어반 판타지
세계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들(분쟁, 오리지늄, 해사, 데몬 등등)
등이 잘 어우러진 세계관을 맛볼 수 있다.
2. 스토리
명일방주 본편의 이야기는 체르노보그에서 박사가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그러면 이전의 박사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2부의 메인스토리에서 얼굴을 계속 비추는 테레시아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
로도스 아일랜드의 전신이 바벨이라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인가?
그리고 그 바벨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아미야는 어떻게 마왕이 되었는가?
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본편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메인 스토리의 2부와도 연결되고
추후에 바로 업데이트될 14장과도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며
아예 명방 세계관의 흑막으로 보이는 인물도 (뭔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회상에서 비중이 꽤 있기에
세계관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포 주의
3. 감상
일단 초반에 워크 인 더 더스트의 BGM이 잠깐 깔리는데 그 부분에서 살짝 소름이 돋았다.
바벨이 지향하는 지점 자체가, 로도스 아일랜드가 지향하는 인류 전체의 공동선, 즉 "누가 봐도 착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주기에 역시 전신이라는 느낌을 팍 준다. 워낙에 이상적이기에 현실에 부딪혔을 때 꺾이는 것도 잘 다뤘다. 물론 메인 스토리에서도 아미야가 겪는 일들로 이미 보여주기도 했다. 작중 박사의 말 중 "문명의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그녀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증오할 것이다."라는 것도 있었다.
라이타니엔에게 자식을 잃은 살카즈 주민이 무고한 바벨의 카프리니(라이타니엔 종족) 의사를 살해하는 묘사가 꽤 현실적이었다. 명일방주의 종족 개념을 현실의 민족으로 치환하면, 이런 타민족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해 꽤 많은 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현실에서도 러-우 전쟁이나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의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그곳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들이 여기서 묘사된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살카즈라는 종족 자체가 워낙에 전쟁을 많이 일으켰고 또 그로 인한 피해도 많이 보는 종족이어서, 테레시아의 이상이 종족 전체에 설득력있게 퍼지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 근처 사람이 다른 국가나 민족한테 살해당했다고 하면 외부로 향하는 적개심부터 생길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더 재밌다고 느낀 지점으로 테레시스나 테레시아 모두 본인들이 전쟁에 미쳤거나, 혹은 죽어도 전쟁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테레시스도 복수와 전쟁을 원하는 살카즈가 많기 때문에 기꺼이 그런 길을 선택한 것이고, 테레시아도 무력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 살카즈 백성들이 그걸 선택했다는 것이 잘못된 길임을 앎에도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테레시아가 바벨을 이끌고 카즈델을 나온 뒤로 테레시아를 향한 암살 시도가 종종 있는데 거기서 묘사하는 동기도 꽤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카즈델의 구심점이 2개로 나뉘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살카즈가 하나로 뭉칠 수가 없다는 논리인데, 정치 뉴스 같은 거 보면 많이 나오는 얘기 아닌가 싶었다. 즉, "내부에서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 그 사람 때문에 우리가 하나로 뭉칠 수 없다 -> 없애자!"라는 식으로 강경하고 지지세가 강한 한쪽을 지지하는 세력이 다른 쪽을 때릴 때 많이 사용하는 논리인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이견을 조율해나가는 방식이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지만, 대화와 설득은 공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도 갈수록 이게 더 심해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도 하다. 단순히 지지세로 반대파를 다 압도해버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하물며 이 작품에서는 살카즈가 계속해서 배척을 받아온 상황이니, 증오심에 눈이 돌아간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는 폭력적이고 간단한 방법을 택하는 경향이 훨씬 강해질 것이다.
독타의 고민도 언급해보고 싶다. 깨어났을 때, 이상한 방향으로 결과를 낳은 오리지늄에 대한 당혹감, 구인류를 재건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그럼에도 오리지늄이 낳은 세계에 대한 경외감, 눈앞의 아픈 아이를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 등등 박사가 무엇 때문에 갈등하는지 이야기 내에 잘 나타나 있다.
스테이지가 잔혹하다. 이런 경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BB-9는 자객의 경로를 테레시아로 향하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테레시아를 공격하는 자객을 눈뜨고 지켜봐야 하며(직전 스토리 연출도 좋다)
BB-10은 컨셉이 아예 박사의 기억 속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아미야에 대한 기억을 제거하는 게 컨셉이다.
걸리는 점이라면 왜 아미야가 특별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있었다.
바벨이 겪어온 참상 중에는 아미야 같은 아이들이 적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왜 아미야를 다음 마왕으로 선택한 건지 (테레시아가 말한 이유가 전부일 것 같지는 않다)
왜 독타의 마음 속에 끝까지 남았던 게 아미야였는지 (여행 중 구해냈다는 이유가 전부일까?)
이런 부분들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카즈델의 "200년 간의 평화가 깨졌다"라는 말도 나오는데
상황을 보면 '이게 뭐가 평화였던 거임?'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살카즈들의 내전이 없었다는 소리인가?
전체적인 평가는, 화산의 꿈 여행 이후로 오랜만에 가슴 아픈 느낌을 받았다.
살카즈 뿐만 아니라 오리지늄으로 고통받는 테라 전체를 구하고자 했던 테레시아,
구인류를 구하기 위해 오리지늄이 퍼져야 했기에 고뇌 끝에 테레시아를 배신할 수밖에 없던 독타,
암살자들의 길을 테레시아에게 유도하는 BB-9의 연출과 BB-10 스테이지 자체의 컨셉,
그리고 언제나 ㅅㅌㅊ인 음악과 아트.
애기 당끼가 귀엽고
이런 훈훈한 씬이나
황무지에 꽃밭을 가꾼 마왕님
등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썹 기준으로도 2024년 이벤트인 바벨의 컷씬들은
이외에도 여러 컷씬이 있고, 대사들도 있는데..
진작에 사용된 적이 있다. 한썹 기준으로도 2021년 10월 20일 동영상.
해묘의 겁나 거대한 도화지를 보고 다시 한번 감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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