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있던 말로, 쓰르라미의 진엔딩은 사이고로시다...라는 말이 있었다.
마츠리바야시까지 정주행을 마쳤지만 분량이 정말 미쳤기 때문에
례는 나중에 진행하자 하고 잠깐 접어뒀었다.
최근에 마인크래프트 모드팩인 크리에이트-아스트랄을 다시 했다.
그런데 공장을 만드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들고 부담스럽기 시작하면서
이런 느낌이 들면 공장게임 하기는 글렀다고 생각,
대신할 게임을 찾다가 이 참에 사이고로시를 진행하게 되었다.
당연히 마츠리바야시까지의 스포일러가 있다.
스포 주의
1. 내용과 감상평
마츠리바야시 이후의 시점에서, 수영장에서 놀고 귀가하다가
리카가 차에 치이고 다시 깨어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러모로 다른 히나미자와인데, 작중에 언급된 바를 요약하면
- 모두가 죄를 짓지 않은 세계여서 케이이치가 전학 오지 않았고, 레나가 아니라 레이나고, 원래 세계의 시온이 미온이고, 사토시도 있다.
- 히나미자와는 약 1년 뒤?에 댐 계획으로 수몰될 예정. 그래서 학급의 절반이 전학을 갔고, 이 중 부활 멤버를 제외한 리카가 친했던 대부분의 인물이 전학을 갔다. 이외에도 리카와 관련된 학급 설정이 있는데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닌 듯.
- 리카의 부모님, 사토코의 부모님 등등 다 살아 있다.
- 타카노나 이리에도 오지 않았다. 이리에 진료소는 타카노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있으며, 이리에를 대신할 의사가 있기는 하다. 타카노 히후미는 클리닉을 세운 창업자로 이름을 남겼다.
동인 버전으로 봐도 타카노 클리닉이다 엌ㅋㅋ
정도이다. 어쨌든 리카는 겨우 얻은 세계가 그런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날아가게 되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던 중 하뉴와의 접선을 통해 이 세계로 흘러들어온 파편이 깃든 존재를 소멸시키면 된다는 단서를 얻는다. 단 그게 사람이라면 죽여야 한다는 말도 함께.
리카의 화끈한 체어샷이 중간에 나오지만 그건 생략한다.
리카의 부모님이 살아있기 때문에 리카는 후루데 본가에서 지내고,
이 과정에서 마냥 히스테릭하다고만 생각했던 어머니의 다른 면모를 보고,
단란한 가족의 따뜻함도 느낀다.
위의 언급은 히마츠부시의 Tips에서도 리카 어머니의 목소리를 빌려서 서술된 적이 있다. 배운 적도 없는 걸 갑자기 잘한다, 비위를 잘 맞추다가도 갑자기 모든 것에 팍 질려버린 듯이 행동한다.. 등등.
ㅠㅠ
동시에 이런 따뜻함은 자신이 누려야 할 게 아니라며 "후루데 리카"와
어느 와인병에서 봤을 "Bernkastel"이라는 이름으로 백 년간 여러 세계를 여행한 "나"를 구분한다.
그러나 이전에 의사에게 털어놓았던 다른 세계 관련 이야기들을, 의사가 "친구들이 다 없어지고, 곧 마을을 떠나야 하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보고 리카 부모님에게 상담 연락을 했고, 리카 부모님이 그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을 리카가 엿듣게 된다.
리카가 엿듣는 걸 알고 그런 얘기가 있었다며 어머니가 리카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오야시로의 환생"으로 불렸다고 하고, 리카는 어머니에게서 조각을 느끼며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면 자신의 어머니를 죽여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쟁취한 세계와 이 세계 모두 좋아보이기에
다시 하뉴에게 상담을 하러 가지만, "본인이 머물 세계는 본인이 정하라"는 답이 돌아오게 된다.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하뉴가 알려주며,
다음 날 저녁 일몰 전까지 결정하라는 타임 리밋도 갑자기 생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리카는 결정을 하게 된다. (진짜 별 언급 없이 이렇게 지나감.)
원래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리카는 여기서도 엄청 고뇌를 하는데,
이 세계를 골랐다는 건 모두가 죄를 지은 세계를 골랐다는 의미와 똑같기 때문이다.
미나고로시부터 계속된 "친구들에게 털어놓기"로 이 이야기를 모두에게 얘기하자
모두에게 죄가 없는 저쪽 세계 vs 힘겹게 쟁취해서 얻었지만 모두에게 죄책감이 있는 이쪽 세계 중
다른 부활 멤버들은 나라도 이쪽 세계를 골랐을 거라며 한 마디씩 얹는다.
하지만 리카는 '그건 선택권이 없어서 일종의 체념 상태로 고른 것이지, 선택권이 있다면 나처럼 고민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자 레나가 양손에 사탕을 숨긴 채로 한 손만 골라보라고 한다.
리카는 한쪽 손을 골라 사탕을 하나 얻고 자기가 이겼다고 좋아하지만 다른쪽 손에 사탕이 2개 있음을 알고는 실망해버리는데,
레나는 저 실망감이 리카가 느끼는 마음의 정체 아닐까?라고 짐작한다.
즉,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결과를 알 수 있다면 실망하겠지만, 실제로 살면서 그런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것.
이 대목에서 사이고로시라는 제목이 그런 의미였구나 싶었는데,
사이코로(サイコロ)는 주사위라는 뜻이고, 고로시(殺し)는 죽이기라는 뜻이다.
쓰르라미 내내 리카는 각 세계를 "주사위 눈이 얼마가 뜬 세계"로 비유했다.
이런 비유가 가능했던 것은 리카가 죽어도 다른 세계로 갈아탈 수 있었기 때문인데,
각 등장인물은 자기가 사는 세계 외에는 살아가지 못한다.
그렇기에 각 세계를 나란히 놓고 어느 쪽이 나을까 고민하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고
"주사위 죽이기"라는 말의 의미는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최선이라는 말은 "어떤 걸 선택했을 때, 심지어 선택하지 않고 계속 고민하더라도, 그 결과에 책임을 갖고 다른 선택지의 결과가 어땠을지 미련을 갖지도 말자"는 의미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이 이야기에서도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상자를 연 이상 현실은 산/죽은 고양이 중 하나가 되며, 다른 한 쪽은 꿈이 된다는 언급,
저쪽 세계의 레이나는 온실 속 화초이고 이쪽의 레나는 들판의 꽃이지만, '온실 속에서 태어났다면..'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언급 등도 나온다.
결국 리카는 베른카스텔로서 언급할 수 있는 주사위를 놓게 되고 "후루데 리카"로서 이 세계를 힘껏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로 결말이 난다.
부모님에게 성묘를 가기로 하며, 계속 리트를 하면서 부모님이 없는 세계를 골라온 것 자체가, 부모님을 죽인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뉴가 "당신은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다, 심술을 부리고 싶었던 내가 보여준 꿈이니까."라는 언급으로 끝이 난다.
리카를 위로해주고 싶어 한 말인지, 실제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굳이 왜곡해서 들을 말이 아닌 것 같아서.
아마도 쓰르라미 리뷰 글 자체는 여기까지 쓸 수도 있고, 다른 에피소드들에서 인상깊었던 게 있다면 그걸 남길지도 모르겠다.
근데 내가 알기로는 그냥 가벼운 글이나 데이브레이크라는 별도 게임의 사전 시나리오 같은 느낌으로 알고 있어서 남길..려나?
다시 달려봐도 쓰르라미는 최애 IP가 맞다..는 걸 또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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